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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예술프로젝트 2015 
시각 분야 환류 워크숍 

‌〈단언할 수 없는 여섯 개의 탐색〉 

경기문화재단에서 2015년 공모 지원 사업으로 추진한 별별 예술프로젝트는 사업명대로 별의별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공연예술, 문학, 시각예술의 새로운 장과 지평을 열고자 했다. 재단이 공지한 사업선정방향처럼, 올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는 적정기술 응용 프로젝트, 장소특정적 프로젝트, 사회소수자와 연계한 커뮤니티 아트, 국제협업 프로젝트,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등 동시대 예술 현장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또한, 창작자의 생애 주기에 따라 지원 성격 혹은 규모를 달리한바, 선정된 프로젝트는 장르 외에 창작자의 나이와 이력을 고려해 신진, 중진, 고령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그중 필자는 총 6개의 시각 분야 프로젝트를 담당해 모니터링 비평을 실행하였다. 각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진행 방식, 결과물의 성격과 제시 형태가 서로 다르므로, 한데 모아 총평을 하기보다 각각이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 그리고 창작자의 역할을 고려하여 해당 프로젝트를 소개해보려 한다. 그리고 모니터링 비평을 진행하면서 목격한 지원사업의 아쉬운 부분과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글을 마무리하겠다.
 
지역에서의 동행과 협력
 
동시대 많은 예술 실천들이 전시를 선보이는 건축물 밖으로 나서서 OO동과 같이 한정된 행정 구역이나 비물질적 공동체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아람의〈권투하는 예술〉, 프로젝트 스페이스 리트머스의〈단골 손님〉, 천원진의〈‘지동 29길’ 프로젝트〉 경우도 프로젝트가 실행될 물리적·개념적 영역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기획되었다. 이들은 작가 자신이 해당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민)과 장기간 관계 맺고, 작업 안팎 요소들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예술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이는 지역 사회에서 마주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예술창작자 스스로 구심점이 되어 맥락을 재편성해보려는 예술적 시도로도 읽을 수 있다.〈권투하는 예술〉은 ‘안양 복싱체육관’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물들이 예술로서의 권투를 실행하는 주체로 참여했다. 회화의 움직임을 권투 시합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참여자들이 온몸으로 실행한 ‘권투로 예술하기/예술로 권투하기'의 도정을 다양한 예술형식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작가는 체육관 혹은 권투라는 스포츠 공동체의 규칙과 기준 안에서 움직이는 개인의 순응과 저항에 주목하고, 예술의 바깥에 있는 요소와 예술 언어의 접점 가능성을 실험했다.〈단골 손님〉은 구수현, 김태균, 송지은, 유화수, 장근희, 장성진, 최두수 7명의 작가가 원곡동의 (이)주민들이 손님과 주인의 구분을 넘나들며 융화와 통합의 과정을 거쳐 복합적인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에 주목했다. 이들은 기존의 상업지구와는 다른 낯선 방식과 물질이 혼재하는 이곳에 들어가 '단골손님’이 되고자 했다. 단순한 물물교환을 넘어서서 문화와 문화가 만나 뒤섞이는 양상들, 그리고 이것이 소비 행위로서 일상에 스며드는 사태들을 둘러싼 의미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자기의 언어로 기록하여 시각예술로 구현했다. 이는 원곡동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소비 중심적 접근 방식을 비판하면서, 문화혼종성이 두드러지는 지역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복수의 반응이자 답변이었다.〈‘지동 29길’ 프로젝트〉는 수원성 밖의 가장자리인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축적된 문화 코드와 기억을 찾아 나누었다. 지동 29길 일대의 거주시설이 화성 외곽 공원화 사업에 의해 철거되기에 앞서, 이곳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온 개인의 이야기를 작가가 제작한 인력거를 운행하면서 수집했다. 작가는 운행 도중 공연을 선보이거나, 탑승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력거를 일종의 동네문화발전소이자 저장소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이는 작가가 정주하는 지역 안에서 삶과 예술, 그리고 기술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차시키면서 시혜성으로 전개되는 공공 예술 및 공동체 예술을 비판하고, 개인적 경험과 시간을 함께 점유하는 예술 실천으로서 행해진 것이었다.
 
공공 공간에서의 교류
 
예술집단 사이다의〈행궁동 청년문화예술 네트워크 평상〉은 청년들이 행궁동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공간 실험이자 사람 실험이다. 자율성과 개방성을 원칙으로 삼아 행궁동 유휴 공간에 ‘평상’을 꾸리고, ‘평상인’들이 사진전, 강연회, 다화회, 팟캐스트, 공연 등 다양한 주도적 이벤트를 열어서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갔다. 이 프로젝트는 이 시대의 사회적 의제들, 이를테면 청년, 지역 내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 도시 재생, 유휴 공간 발굴 및 활용 등을 다룬 점이 눈에 띈다. 이 의제들에 접근할 때 기획자이자 안내자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한 사이다는 평상 그리고 평상인들의 활동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 지역 내 주체들의 자발적 교류를 유도했다. 이로써 문화예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관계망 조직의 가능성을 모색하였으며, 이런 고민과 실천이 수원 지역 안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협의의 공공 공간인 ‘평상’과 광의의 공공 공간인 ‘지역 사회’가 겹쳐질 수 있는 다자간 영역을 구축해보려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개인의 기록과 예술 언어
 
상기 프로젝트들이 기획자와 창작자를 둘러싼 환경과 외연적 요인들에 큰 비중을 둔다면, 김혜련의〈무인극단 워크맨〉과 서정희의〈울림 상자〉는 특정한 개인을 관찰, 인터뷰, 촬영하고 시각 언어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따라서 예술가 개인이 다루는 장르적 성격이 부각되는데, 애니메이터로 활동해온 김혜련의 유머러스한 색감과 캐릭터 구현, 영상과 뉴미디어를 다루는 서정희 특유의 정제되고 유려한 영상미가 각기 돋보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무인극단 워크맨〉은 안양이라는 도시의 통시적 변화와 함께 살아온 한 노인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후 프로젝션 맵핑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무인극단 워크맨〉의 예비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안양 산책〉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 작업은 안양 만안구의 안양동, 양명고, 중앙시장 빌딩, 비산동, 박달동 등지를 몸소 찾아 탐사하고, 삶의 엉뚱한 위트가 축적된 장면들과 그 속에 사는 사람을 기록하고 재해석한 것으로 전시 전체 흐름의 이해를 돕는다.〈울림 상자〉는 작가가 한국과 프랑스가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고령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음에 주목하고, 프랑스 피레네와 한국 제주도의 다르면서도 유사한 노년층의 삶과 일을 영상 예술로 조명한 영상 작업이다. 갈수록 동질화되고 균질화되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아직 자기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발굴함으로써, 지금도 계속 사라져 가는 개인의 삶의 방식과 흔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두 프로젝트는 역사의 거대 서사 속에서 노년의 개별적 삶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소서사를 경유해 사회와 시대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내러티브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한편, 영상물 제작과 미디어 설치를 수반하는 전시 성격상, 프로젝트 진행과 전시 실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른 장르 전문가와의 협력이 필수적 요소로 작용했으며, 결과적으로 협업자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중시된 프로젝트였다.
 
지원 사업과 모니터링 비평에 대한 제언
 
필자가 모니터링한 6개의 프로젝트는 상이한 주제와 문법을 취한다. 그런데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창작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다소 유사해 보였다. 이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공모 신청 당시의 기획과 교부 후 실행한 프로젝트 내용과의 차이를 해소하는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작가의 역량이나 기획과 실행의 완성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기획과 실행의 간극은 각 프로젝트의 규모와 세부 내용, 나아가 기물 제작 여부나 협업의 정도, 2차 저작물과의 연계 가능성 등 향후 예술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가 반영되지 않은 지원금 책정에서 연유한 것일 수 있다. 실질적인 지원금 책정과 교부는 프로젝트 자체뿐만 아니라 양질의 모니터링 비평과 결과물의 유의미한 환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차후 지원 사업에서 한 층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사료된다.
 
현장에서 수차례 모니터링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비평문 작성과 환류 워크숍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의 사업에 참여한 이로서 느낀 아쉬움은 무엇보다도 홍보와 과정 및 정보 공유의 미진함에 있다. 지역과 공간 특이성이 두드러지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지역민과의 교류나 창작자 외의 참여 혹은 참관인들 그리고 지역 내 여타 단체와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프로젝트는 창작자 개인의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우며 재단 역시 지역 사회에의 공적 기여나 문화예술 경험의 확대를 기대하는 바, 프로젝트의 과정과 (대개 전시의 형태로 제시되는) 결과를 함께 나누고 향유하는 방법을 보충할 필요가 있겠다. 재단 홈페이지 내 전시 소개 게시판에서 프로젝트를 소개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소수 작가 개인의 홍보에 해당한다. 예컨대,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뉴스레터나 기자단의 활동과 연계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홍보가 가능하지 않을까. 홍보는 경기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작업들을 외부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개별 작가의 선행 작업이나 지원 사업 외에 작가가 따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의 차별성을 확인할 기회도 될 것이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프로젝트의 차별성 확보와 일차적 의미의 생산은 작가 개인의 몫일 수 있지만, 그것을 주목하고 의의를 다시 읽어내는 것은 재단, 감상자, 모니터링 비평가 모두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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