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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작은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소액多컴 2016 선정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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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 미싱 차일드〉 
실리 미싱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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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7.
홍대 놀이터, 홍대 인근 상점 앞 길거리

늦은 시간 번화가로 놀러 나온 젊은이들, 행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리 공연, 밤낮을 혼동하게 할 정도로 빛을 발하는 가게들, 그리고 그 가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요. 주말이면 여지없이 꼭 같이 펼쳐지는 홍대앞의 부산함에 작은 파문이 인 저녁이 있었다. 요상한 모양의 악기를 입고 걸어 다니며 연주를 하는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드럼 비트를 발산하는 아이, ‘실리 미싱 차일드’로 분한 작가 김담의 < 실리 미싱 차일드 a silly missing child >를 소개한다.
 

< 실리 미싱 차일드 >는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다. 낯선 환경 속에서 아이는 혼란해 하기도 하지만, 이내 혼란함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자신의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세상에 가슴이 벅차고 신이 난다. 아이는 목적지를 향한 경로를 이탈했고, 정해진 길이 아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거리에 서 있다. “이제 무엇을 해볼까?”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길 잃은 아이’가 되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김담 작가는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무형식의 드럼 연주를 해보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거리의 한 곳을 정하고 드럼 세트를 설치하지 않고, ‘입는 드럼’을 만들어서 연주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선뜻 형언하기 어려운 코스튬을 제작했는데, 이것은 연주를 통해 소리를 내고 움직이면서 외부의 상황에 개입하는 생동감 있는 악기였다. A silly missing child라는 프로젝트의 콘셉트에 맞게 핑크, 연노랑, 하늘색 등 파스텔 톤을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어린 아이가 입는 옷의 분위기를 냈다. 전자드럼의 패드와 심벌, MIDI 터치 센서를 튜브, 스프링, 인형, 미식축구 장비 등에 접목하여 머리, 가슴 배, 무릎에 장착했다. 빨간 보자기를 두르고 슈퍼맨 흉내를 내는 아이, 공룡 인형을 등에 업고 울음소리를 내며 장난치는 아이를 연상시킨다. 기존의 악기를 해체하고 작가의 몸에 맞게 제작된 타악기 의상이기에, 정해진 주법에 따라 능숙하게 연주해야 한다거나 그럴듯한 멜로디를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졌다. 자신이 준비한 다양한 장르의 배경음악과 거리의 상황에 반응하면서 그저 자유롭고 재미있게 악기를 두드리면 그만이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한 시간 남짓에 걸쳐 진행된 퍼포먼스는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출발해 홍대 놀이터, 중앙로, 홍대입구역을 거쳐 돌아오는 길을 밝았다. 길 위에서 펼쳐진 퍼포먼스에서 결과물로서의 작품보다 결과를 만들어가는 행위와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일을 중시하는 작가의 예술관이 엿보인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결과물이 과정과 행위가 지워진 ‘예술의 부산물’처럼 느껴진다는 작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예술의 방식을 택했다. 작가는 퍼포먼스 중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러 감정 중 특히 ‘당혹감’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삶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정되지 않은 일들에 맞닥뜨리는 순간의 연속이듯이, 부끄럽고 민망하고 놀라고 당황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기분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것을 즐기는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시도가 색다를 것 없는 음악들이 흐르는 거리에 유머를 더할 수 있기를, 그리고 다른 거리 공연자들이나 행인들에게 ‘당혹스럽지만 즐거운’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퍼포먼스를 마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담 작가는 ‘당혹감’이라는 감정의 바다에 용감하게 자신을 내던졌지만, 자신이 생각보다 주변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풀려 거리를 나서기 좋은 계절이 되면 < 소액多컴 >에서 진행했던 < 실리 미싱 차일드 >를 재정비해 전국 투어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싶다고도 했다. 좌충우돌 예측 불가한 개구쟁이의 연주가 거리에 어떻게 새로운 균열을 내고 당혹감을 선사할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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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실리 미싱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