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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작은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소액多컴 2016 선정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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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 프로젝트-도시시도 미래도시〉 
구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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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6. 오후 6시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창작음악 활동을 하는 ‘산책자들’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공연 기획자인 구자민 주축이 되어 작곡가 김정근, 김준호, 김인규와 스트링 퀄텟String Quartet 단원이 모인 뮤지션 그룹이다. 2014년 창단하여 스트링 퀄텟, 그러니까 현악 4중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악 4중주’라는 설명에서 짐작했겠지만 이들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삼는다. 클래식 음악의 미덕은 이미 완성된 곡을 악보에 따라 틀리지 않고 잘 연주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산책자들이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은 조금 다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자들 옆에 동시대의 클래식 작곡가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연주자와 작곡가가 팀을 이루어 “클래식 음악의 자가발전을 도모한다”는 이들의 고민은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대의 클래식 음악이 가진 어떤 ‘껍데기’를 깨고 음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지에 대한 연구로 나아간다. 산책자들은 무대 위에 선 연주자라는 관객과 분리된 위치에서 탈피하려 음악활동을 다각화해왔다. 세미나, 스터디, 감상회, 악기 체험, 현대미술작가와의 협업 등 클래식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은 시도를 이어 왔고, < 도시산책 프로젝트-도시시도 미래도시 >(이하 < 도시시도 미래도시 >)는 산책자들이 이러한 연구와 고민을 완성된 하나의 공연으로 내보인 프로젝트다.
 
< 도시시도 미래도시 >의 주제는 ‘도시’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구자민은 조선의 사소문인 광희문,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舊서산부인과 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비롯해 서울시청, 서울역, 청계천 주변 등 서울의 곳곳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도시의 공간과 시간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시인의 필요와 선택에 따른 도시 공간의 용도변경에 주목했고, 도시 공간의 변화가 과거에서 지금으로 다시 미래로 이어져 유기적인 도시의 호흡을 만들어내는 상상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음악적 모티브를 잡아나갔다. 자세한 설명을 보태자면, 이번 프로젝트는 < 도시시도 미래도시 >에서 “도시시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시를 유기체로 주목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사람으로서 도시를 조망하며 관찰하는 우리의 모습을 음악적 아이디어, 즉 ‘도시시도 미래도시’란 음률로 표현한 것”이다.
 
구자민이 구상하고 표현한 음률은 전체 프로젝트의 음악적 시발점이자 이후에 이어질 단계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능을 했다. 작곡자 세 명은 이 간단한 음률과 메시지에 담긴 심상적 동기를 소재 삼아 각자의 도시를 해석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스타일로 도시의 음악을 작곡했다. 김준호는 서울의 시장 주변에 자리한 주점들을 보면서 느낀 현대인의 각박한 삶을 국악의 리듬을 활용한 서양악곡으로 토로한 < 不撤"酒"夜(불철주야) >를 내놓았다. 김인규는 홀로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낀 고독, 불안, 우울, 무기력감과 그 끝에 떠오르는 희망을 세련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표현한 표제 음악 < 'At Night' for String quartet >를 만들었다. 김정근은 < 도시시도 미래도시 - 희망은 어디에? >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작업 공간에서 체험한 이야기와 심리적 변화를 제한적인 음을 사용한 미니멀한 스타일로 표현하여 명상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이렇게 악보로 완성된 도시의 이야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연주됨으로써 관객에게 전해졌다. 다만 네 명의 악사가 자아내는 멜로디와 리듬만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영상 작품과 조명 설치 작품과 함께 하나의 하모니로 관객에게 다가 섰다. 음악과 같은 주제로 신이피와 구자민이 연출한 영상과 이미래가 제작한 조명 설치 작품이 공연장 안에서 음악과 함께 도시를 시각화하여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더욱이 공연 말미에는 장구연주자와 즉흥 협연을 실험했는데, 도시의 시스템을 상징하는 타악기인 장구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목소리를 의미하는 현악기의 대립을 통해 도시의 구조물, 시스템, 비인간적인 요소들이 부딪혔을 때 발생하는 심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이렇듯 < 도시시도 미래도시 >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으로 채워진 공연이었지만 음악, 영상, 조명 설치 작업, 정해진 악보와 정해지지 않은 즉흥연주가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고 때로는 긴장 관계를 만들어내면서 산책자들만의 언어로 각자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자민은 음악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앙상블’을 “소리를 사용한 소통과 대화 이외에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로 확장해 이번 프로젝트 전체를 앙상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 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서양의 음악인 클래식과 지금 우리 시대의 감성이 이루어내는 앙상블, 서양과 동양의 악기가 만나 만들어내는 앙상블, 변화하는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앙상블, 그리고 이것을 연주하는 이와 시각으로 표현하는 작가와의 앙상블. 필자는 이 모든 것이 합하여 도시 안에서 생을 이어가고 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공간을 헤아리고 공감을 나누며 앙상블을 이루어가는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이자 음악”이라는 산책자들의 프로젝트는 2017년에도 여전히 이어진다. 2016년의 ‘도시시도’에 이어 2017년에는 ‘미래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계획인데, 도시인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남겨진 건축물과 신축된 건축물이 공존하는 광경을 그려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보여줄 내일의 도시가 어떻게 들려올지 미지의 그날의 소리에 귀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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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이들: 스트링 퀄텟 산책자들 
작곡  김준호, 김인규, 김정근 
영상  신이피, 이정익
조명제작  이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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