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감각과 불완전한 개인적 경험을 재료로 온전한 인지의 필연적 실패를 탐구해온 강지윤의 개인전. < 과와 와, (띄고) 쉼표 >라는 타이틀로 명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것들이 갖는 ‘사이의 감각’을 주요하게 다룬다. 이를 위해 중간 상태, 공백, 우연성에 주목하고 어긋난 혹은 분리된 초점으로 보기를 유도한다. 이로써 고정된 보기와 체계 잡힌 이해 밑에 도사리고 있는 것들을 끌어낸다.
* 참여작가: 강지윤
기획: 임나래
주최: 수림문화재단
| 사진촬영: 홍철기
수림아트랩 재창작지원 2022과와 와, (띄고) 쉼표강지윤2022. 8. 30. - 9. 18.@아트스페이스 보안 3
강지윤은 신체적 감각들과 불완전한 개인적 경험을 재료로 텍스트·영상·설치 작업을 한다. 개인과 타인의 관계, 나아가 공동의 차원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오다 2018년쯤부터는 온전함과 반대되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기’에 관한 불완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영상 혹은 설치물을 만들며, 연결과 단절 사이의 감각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2022년 개인전 《과와 와, (띄고) 쉼표》에서 강지윤은 사이 그 자체 혹은 사이에 있을 무언가를 주시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우리가 어떻게 보지 못하는가?’에 관한 질문이자 초점 맞출 대상이 없는 곳을 바라보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 깊이와 공백 >은 동등하지만 같지 않으며 동시에 일어나지만 동시에 인지할 수 없는 세계, 하지만 결국에는 연결된 세계를 의미하는 2채널 영상이다. 관객의 위치에서부터 거리를 달리하여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은 하나로 합쳐졌다가 이내 나뉘기를 반복하며 관객의 초점을 교란한다. 어느 한 편에 집중하기보다는 두 영상을 바삐 오가며 ‘흐릿하게 보기’를 통해야 비로소 영상 속의 두 세계를 함께 받아들일 수 있다.
는 < 두 인체 사이의 공간을 캐스팅한 작품으로, 2021년 개인전 《Ater Image》에서 선보였던 < 부유물 >(2021)과 이어진다. 탈형하여 버려지는 부분, 즉 모델의 사이에서 비가시적으로 주조되는 형상을 제시한다. 작품은 각도에 따라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고정된 시선과 그에 따른 습관적인 정면성의 설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 거리두기의 춤 >은 등장인물의 사이 공간을 삭제함으로써 사이-가운데-중간을 역설적으로 가장 부각한다. 탄성밴드와 스틱을 맞잡고 거리두기의 방식으로 연출한 스윙댄스 퍼포먼스 기록 영상에서 작가는 밴드와 스틱이라는 매개체만큼의 거리를 삭제한다. 그러나 이를 송출하는 모니터 두 개를 임의로 간격을 두고 설치함으로써 분리된 두 세계의 연결, 접촉, 균형의 문제를 더욱 예민하게 상상하게 한다.
앞선 세 작품이 제시된 이미지, 그 이미지가 출현하는 공간을 “눈으로 시침질/박음질하듯 수행적인 보기”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 < 분명한 일들의 모호한 윤곽 >은 관객이 직접 몸을 움직여 작품과의 거리를 변화시키며 대상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작품에 담긴 ‘선명한, 분명한, 또렷한’ 따위의 정의가 자신과 상충하는 방식으로 표현됨으로써 필연적으로 보기의 실패가 수반된다. 작가는 오히려 이 실패의 상황을 활용하여 명확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발동하는 내밀한 감각을 환기하고자 한다.
강지윤은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그래서 지금껏 적절한 거리에 안착하지 못하여 “현재의 초점 너머 혹은 이전에 있는 것들을 인식하는 일, 서로 다른 세계의 연결을 상상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연습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과와 와, (띄고) 쉼표》는 우리 주변의 틈새를 메우는 일,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많은 단절과 대립을 차차 조응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소개
강지윤 Kang, Jiyun
주로 설치와 영상 매체로 작업하며, 명백하게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그 바깥에 흐릿하게 존재하는 것들, 사이, 공백 등을 공간적, 시간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쌍의 대립적 현상 사이의 모호한 시간을 교차시켜 보거나 대상과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의 모양을 캐스팅하고, 의도적으로 전체를 명확하게 보기 어려운 설치 방식을 통해 또렷한 초점 바깥에서 드러나는 것들에 관심을 둔다. 이런 방식들은 우리가 선명하고 뚜렷하게 가시화된 것들을 본다는 행위에 매몰되어 간과하는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Soorim Art Lab 2022and & and, (black) commaKang JiyunAug. 30 - Sep. 22, 2022@art space boan 3
and & and, (blank) comma
Kang Jiyun discusses bodily sensations and incomplete personal experiences through the mediums of writing, video, and installation. Previously, her practice had dealt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elf, the other, and the communal, but since 2018, Kang shifted her attention to investigating what the opposite of completeness could be. Recently, she has made videos and installations that provide viewers with incomplete experiences in the realm of “seeing,” aiming to focus on the senses between connectedness and disconnect through her works.
In the 2022 solo exhibition and & and, (blank) comma, Kang turns her attention to “between” itself or the things that might exist in the betweens of things. This gaze is a question about “How do we not see things?” and a plea to us to look into spaces where there is nothing to focus on.
Depth and Blank presents a two-channel video featuring two worlds that are equal yet nonidentical, simultaneous yet not observable together, but are ultimately found to be a single, linked world. The video is projected onto two screens distanced differently from the viewer, and the two channels of the video constantly merge as one and break into two, confounding and preventing the viewer from making a clear focus. Instead of focusing on either of the two videos, the viewer must busily move back and forth between them and see them blurrily, and at last, he can see the two worlds presented by the video together and as one.
Pillar, a series of casts made from the space between two persons’ bodies, is a continuation of Floatings (2021) presented in Kang’s 2021 solo exhibition After Image. The series presents portions usually thrown away when taking molds of people’s bodies and materializes the non-visible shape cast by standing human bodies. The sculptures transition between representationalism and abstraction depending on the viewing angle and question how we observe things from a fixed angle and the habitual anteriority thereby ingrained in the way we see things. In Distance Dance, Kang deletes the space between the performers, which paradoxically accentuates the between-center-middle more than ever. The work features the video recording of a swing dance performance staged in the fashion of social distancing using resistance bands and exercise bars. In the video, Kang deletes the distance created by the instrumentation of the band and bar. However, Kang places the two monitors playing the video recording at a distance and makes viewers acutely imagine the issues of linkage, contact, and balance existing between the two worlds disconnected by the two monitors.
The three works mentioned so far require the viewer to approach the presented images (and the spaces the images manifest in) through the attitude of a practitioner, “as if making basting stitches or backstitches with one’s eyes.” But, in Ambiguous Silhouette Preciseness, the viewer must move his body, adjust the distance between the work and himself, and proactively search for the meaning of the object in front of him. The definitions “obvious, precise, vivid” expressed in the work contradict the viewer’s self-identity and lead his every attempt at seeing to predestined failures. However, Kang takes this state of failure as the opportunity to recall within the viewer the intimate senses prompted by the in-betweens of uncertain things.
Living through the COVID-19 era, we have witnessed “things we have never once doubted before collapsing in one moment,” and we are yet to find what is the right distance between things, meaning that “we must practice recognizing things that are beyond (or before) what we could focus on and work at imagining the ways we could link dissimilar worlds,” Kang says. In other words, and & and, (blank) comma is the story of reconciling the numerous disconnects and confrontations around us one step at a time, a discussion on how we could fill the various gaps in our everyday l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