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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작은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소액多컴 2016 선정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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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전시프로젝트 #27 < 건강살롱 > 맨손체조〉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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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30. ~ 10. 31.
LG팰리스 B2 (구)동남문고

몸을 사용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있다. 반대로 사색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있다. 신체활동과 정신활동, 생계를 꾸려가는 것과 여가를 즐기는 일의 균형을 이루며 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삶에서 더욱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예은 작가의 < 건강전시프로젝트 #27: 건강살롱 - 맨손체조 >(이하 건강살롱)는 이 문제를 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탐구하면서, 삶과 예술, 몸과 건강, 자신과 타인 그리고 그 둘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건강살롱 >은 지하철 홍대입구역 지하 舊동남문고 자리에 차려졌다. 살롱salon은 일반적으로 객실이나 응접실을 의미하지만, 문화사적으로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예술을 매개로 사교와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 < 건강살롱 >은 여러 사람이 모여 건강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고 교제하는 장소로 이해할 수 있다. 또는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귐이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10월 30일과 31일 양일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기는 하지만, 퍼포먼스와 워크숍, 전시 파트로 나누어 그 경위를 살펴보자.
 
퍼포먼스와 워크숍은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살롱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예은 작가가 건강에 유용한 움직임을 가르쳐주고 함께 움직여보는 시간이다. 작가가 가르치는 움직임들은 단정한 흐름을 가지고 완결되는 안무라기보다 무어라 형식을 규정하기 어려운 동작에 가깝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맨손체조’라고 이름 붙여진 움직임들은 참여자에 따라 시작과 끝의 내용이 달라졌다. 예컨대 앞선 사람이 정지한 동작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뒤를 완성하기도 했다. (비록 그들 자신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24시간 대중에게 개방된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장소의 장점을 살려 이른 아침부터 야심한 시간까지 다양한 때에 프로그램이 진행된 점 또한 워크숍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시간에 따라 함께하는 이들의 성격이 자연스레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중년이나 노년의 여성들이 찾아왔고, 낮에는 젊은 커플들의 방문이 이어졌으며, 저녁 시간을 지나서는 주변을 순찰하는 경비원들이 관람객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놀이터에, 혹은 자신의 일터에 잠시 세워진 건강살롱에 들어온 이들은 잠시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내가 이런데도 와보네’라며 이내 적응하고 마음을 열어 보였다. 작가는 살롱 안에서 방문객과 함께 몸을 쓰면서 건강관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로써 방문객은 참여자로 그리고 또 한 명의 예술 향유의 주체자로서 예술과 일상이 겹친 공간을 경험하고 전시와 체험, 교육과 놀이에 대한 예술에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전시는 퍼포먼스와 워크숍이 잠시 쉬는 시간에도 살롱을 지켰다. 비슷하게 생긴 상추들 사이에 다른 풀을 숨겨 캔버스 뒷면에 붙인 설치작, 싱싱한 적근채를 캔버스 위에 붙여 이틀 동안 생명력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설치작, 청경채로 감싼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팝과 소리가 나지 않는 고가의 스피커 그리고 리폼된 의자와 샹들리에로 장식된 살롱 세트, 오감을 자극하는 풀로 만든 샹들리에 두 점, 작가가 공연에서 입었던 튜튜를 이용한 설치작 이렇게 총 여섯 점이 전시되었다. 작가는 이름 모를 관용식물이나 화려한 꽃이 아닌 자신에게 친숙한 먹는 풀을 주소재로 택하여 생생한 풀의 생명력이 내뿜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더해 그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쇠잔해지는 과정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의 기준, 건강의 정의, 몸과 자유로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건강살롱 >은 “개인적인 나의 삶 전체가 늘 작품의 오브제나 소재가 된다”는 이예은 작가의 고백을 시각적이고 신체적으로 보여준 프로젝트이다. ‘건강은 몸을 자유롭게 하고 예술은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획하였기에 삶과 예술에 대한 그의 긍정이 도드라진다. 예술이 삶에 존재하게 하여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지향하는 작가답게, 그의 긍정이 프로젝트 곳곳에서 친절한 설명처럼 반복된다. 때로는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내보였을 때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의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공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예은 작가의 고민이 몸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건강살롱 안에서 기꺼이 내 몸과 시간을 내어 경험하게 한 것은 아닐까.
< 건강살롱 >이 작가의 첫 번째 개인 프로젝트였기에 여기에서 다룬 이야기들은 < 건강전시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 건강살롱 >을 진행하면서 작가 스스로 여러 형태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니, 다음 프로젝트에서 작가가 어떤 새로운 건강한 움직임을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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