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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중심 공간 d/p의 첫 번째 외부 기획 전시《Becoming a Chair》
 
낙원악기상가의 전시공간 d/p는 기획자 중심 공간으로 운영된다. 연말까지 연 2회 외부 신진 기획자를 선정, 전시 기획을 지원한다. 첫 번째로 선정된 기획자는 큐레이터 임나래다. 임나래 큐레이터는 작가 두이의 전시《Becoming a Chair》를 선보인다.
시간, 꿈, 환상을 주제로 글, 오브제, 사진, 퍼포먼스 작업을 해온 두이가 2011년에서 2018년까지 해온 전시와 작품을 새로운 맥락에서 보여준다. 발표된 시기에 따라 분산되어 있던 작가의 글 작품 여덟 편을 전시장에 재배치하고, 이와 관련된 오브제, 영상,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되어 사용되는 의자와 프레임을 변주하여 연극과 같은 전시를 선보인다.

* 참여작가: 두이
   기획: 임나래
   주최: d/p
 
​becoming a chair
두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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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5. - 8. 24.
@d/p(낙원악기상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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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d/p



“반구형의 벽을 따라 설계된 오르막길을 천천히 돌아나오면 출구가 보였다. 그 하나뿐인 출구를 나오면 다시는 여름밤을 볼 수 없었다.”
-〈여름밤〉(2017) 중
 
두이가 글로 지은 건축물이자 그 자체로 전시인〈여름밤〉(2017)은 관객이 표지를 넘기고 주인공을 따라 “여름의 대삼각형을 지나 … 옆으로 들어가는 노란색 벽의 골목”에서 “한 뼘 정도 되는 작은 창문”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여름밤〉은 보는 이에 따라 설치작품, 건축물, 한 편의 전시, 짧은 소설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관객이 작가가 쓴 말들을 단서로〈여름밤〉을 읽고 볼 때마다 다른 시간과 모양의 여름밤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여름밤〉을 통과해 마지막 페이지인 출구로 나오면 사라진다.
 
두이는 평소 시간과 일루전을 주제로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설치작업을 해왔다.〈여름밤〉처럼 짧은 이야기를 한 편 짓고, 이 이야기를 암시하거나 은유하는 공간을 조성한다. 두이의 이야기는 한 조각 꿈, 환상,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 이야기가 완성되어 놓일 (대개는 전시장인) 공간이 이야기에 섞여 들어오며 완성된다. 예컨대, 언제인가 작가가 꿈에서 보았던 작은 갤러리 ‘Drift line'이 그대로 전시명이 되어 구현되고(《Drift line》(2013)), 이야기에 등장했던 작은 창문과 분홍색 햇빛 한 줄기가 전시장 벽면에 작품으로 넌지시 걸린다. (《Read Me》(2017)) 이렇게 두이의 이야기들은 그것이 놓인 전시 공간에 녹아든다. 반대로 전시 공간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전시장에서 작가가 쓴 이야기를 읽는 관객은 자신이 전시장과 이야기 속 공간이 맞닿은 모서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두이가 글, 오브제, 이미지로 제시하는 일루전, 즉 환상은 사실이 아닌 것, 현실에서 괴리된 것, 그럼직하지 않은 세계가 아니다. 그는 환상을 실재했기에 감각되지만 지금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것,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되지 않는 순간, 또는 남아 있는 것과 떠난 것이 겹쳐 있는 공간으로서 다룬다. 그가《Home and Belongings (Home Is Women)》(2011) 전시 이후 약 7년간 전시를 열 때마다 환상의 세계에 길을 보태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시간대를 확장하면서 조금씩 세계를 넓혀왔다. 이 세계의 장면들은 서로의 프리퀄prequel과 시퀄sequel이 되어 과거와 현재, 실재와 가상이 교차하는 연속극으로 뻗어 나간다.
 
두이의 2018년 첫 개인전《Becoming a Chair》는 작가가 2011년 이후 7년간 타래처럼 이어간 전시를 모으고 겹쳐 만든 하나의 새로운 무대이다. 그는 특히 세 번의 개인전《Drift line》(2014),《Two Rooms》(2015),《Read me》(2017)에 집중한다. 다른 크기와 구조를 가진 전시(장) 세 곳을 d/p 공간 안에 겹겹이 쌓아 재현한다. 각 전시의 중심 이야기를 담은 글, 오브제, 공간 설치 작품 일부를 가져와 당시 공간의 경험을 암시하듯 풀어놓는다. 여기에 올해 새로 작업한 영상과 글을 더해 무대를 완성하고, 관객이 복원된 전시 무대로 들어와 앉게끔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과거를 더듬는 일, 지난 시간을 복원하는 일은 불완전함과 실패할 가능성을 내재한다.《Becoming a Chair》는 타임라인을 뒤섞고 공간의 경계마저 허물어트려 불완전함을 열린 결말로, 실패할 가능성을 상상의 가능성으로 끌고 간다. 이러한 ‘지난 전시의 현재 전시’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적으로 훑거나 연속적 관계를 찾으려는 습관을 무색하게 하며, 끝난 전시를 다시 보게 만든다.
 
이를 위해 두이는 이번 전시에 몇 가지 장치를 들여온다. 일찍이 그의 작업에 반복해 등장한 액자, 의자, 모퉁이 구조가 그것이다. 우리가 액자 안에 들어 있는 작품을 보며 그 작품 속의 이야기를 상상하듯, 작가는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액자 삼아, 작품 밖의 또 다른 세계를 바라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액자를 다른 세상에 들어서는 문이나 창문으로 표현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모퉁이 길로 등장시킨다. 또는 주변을 반영하고 반사하는 거울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서사를 틀 지으면서 동시에 그 틀을 벗어나는 탈출구로 기능하는 이들 프레임(액자, 문, 갈림길, 거울 등)이 의자와 함께 놓임으로써 그 역할이 강화된다. 의자는 사유와 대화의 은유인바, 관객이 전시장 곳곳에 놓일 의자에 앉아 집중하고, 시간을 들이고, 정신을 기울여 프레임 너머의 세계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 인용은 작가의 말에서 발췌


작가소개

두이 DOOEE

두이는 시간을 주제로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전시라는 형태를 작업의 질료로 보고, 시간을 경험하고 상상하는 일에 관해서 작업하며, 관계에 대해 환영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의 최근 작업 중 하나인〈꿈은 그대로 남겨졌다〉에서 관객은 의자 위에 놓인 글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되며, 이야기를 읽고 난 후 관객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환상의 일부가 된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갈 때 그의 삶이 어디로 향할 지는 그를 제외한 타인은 알 수 없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작업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그의 삶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일이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은 그 과정에서 가벼운 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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